천 길 낭떠러지 벼랑의 그 끝자락을 따라 나는 채찍을 휘둘러 말을 달리네, 세게 세게 내려치며... 어째서인지 숨이 가빠와, 바람을 들이마시고, 안개를 삼킨다. 아, 죽음의 황홀경에 빠진 것만 같다. 희미 해져 간다, 희미 해져 가! 조금 천천히, 말들아, 조금만 천천히 달려라! 그래 너희들 이 단단한 채찍 소리를 듣고 싶지 않겠지! 그러나 어째서인지 이것들은 말을 듣지 않는구나, 나는 생을 마칠 시간도, 노래를 마칠 시간도 없다! 나는 말의 목을 축이고, 노래 한 소절을 마치리라. 그리고 잠시나마 벼랑 끝에 서서 숨을 돌리리라...! 폭풍은 나를 파편처럼 흩날려버리며, 나는 사라져간다. 그리고 마차에 몸을 실은 나는 고요한 설원을 질주한다. 그래 너희들은 느려 터졌구나, 더욱 달려라, 나의 야생마여! 최후의 안식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조금이라도 벌어 보아라 조금 천천히, 말들아, 조금만 천천히 달려라! 채찍의 명령 따위는 듣지 말거라 그러나 어째서인지 이것들은 말을 듣지 않는구나, 나는 생을 마칠 시간도, 노래를 마칠 시간도 없다! 나는 말의 목을 축이고, 노래 한 소절을 마치리라. 그리고 잠시나마 벼랑 끝에 서서 숨을 돌리리라!... 우리는 빠르지 않아. 신과의 조우는 때가 있는 법이지. 그래서 저기 천사들이 노래하는 건가? 저렇게 흉악스러운 목소리로! 아니면 저것은 방울꽃인가, 모두 흐느끼며 떠나간 것 말이다. 또 아니면 나는 말을 향해 울분하며, 마차를 제발 천천히 다루라 하는 것인가? 조금 천천히, 말들아, 조금만 천천히 달려라! 너희에게 부탁한다. 서둘러 달리지 말아라! 그러나 어째서인지 이것들은 말을 듣지 않구나 만일 살아 남을 수 없다면, 적어도 내 노래는 끝 마칠 것이다! 나는 말의 목을 축이고, 노래 한 소절을 마치리라. 그리고 한 순간 벼랑 끝에 서서 숨을 돌리리라!..
© 이소희 + 김정환. 한역,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