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이 넘쳐 흐른다, 힘줄의 피가 끓어오른다 허나 오늘은, 어제와 다르지 않구나. 포위되었다 나는, 포위되버렸다. 오늘도 한 놈 잡으러 날뛰는구나 소나무 뒤편에선 총구들이 바삐 움직이고 저기 그늘 속엔 사냥꾼들이 숨죽이고 있다. 눈밭에서 재주넘는 놈들에게 모든 총구가 겨뉘어졌다! 늑대 사냥이 시작된다, 늑대 사냥이다! 잿빛 짐승들을, 크건 새끼건 가리지 않는다. 몰이꾼들은 소리지르고, 개들은 입김을 토해낸다. 새빨간 눈밭 위로 깃발이 휘날린다. 늑대들은 쉽게 잡힐리 없다. 그러나, 포수의 손은 떨리지 않아! 우리에게 깃발을 세워 자유를 노리고 견고한 힘으로 격철을 당긴다! 늑대는 관습을 깨부술 수 없다. 그저 한 때의 눈도 못뜬 새끼들일 뿐, 우리, 늑대들은 어미의 젖을 빨며 되새겨지지 '깃발 너머로는 가지마!' 늑대 사냥이 시작된다, 늑대 사냥이다! 잿빛 짐승들을, 크건 새끼건 가리지 않는다. 몰이꾼들은 소리지르고, 개들은 입김을 토해낸다. 새빨간 눈밭 위로 깃발이 휘날린다. 이렇게 재빠른 우리의 다리와 턱뼈인데 대체 왜, 지도자여, 답을 주시오, 우리는 궁지에 몰려 총성에 살이 찢기어도 깃발 너머로 발을 딛지도 못합디까? 늑대는 도저히, 그렇게는 할 수 없다! 이제 나의 시간이 끝나만 간다. 저, 나에게 예정된 사형집행관은 미소짓고는, 총구를 들어올린다. 늑대 사냥이 시작된다, 늑대 사냥이다! 잿빛 짐승들을, 크건 새끼건 가리지 않는다. 몰이꾼들은 소리지르고, 개들은 입김을 토해낸다. 새빨간 눈밭 위로 깃발이 휘날린다. 나는 복종의 관습에서 벗어나 깃발 넘어로, 강인한 삶을 향해 달린다. 마침 뒤에서는 흥겨이 들리는구나 충격에 겨워 지르는 소리말이다 힘이 넘쳐 흐른다. 힘줄의 피가 끓어오르지만 오늘은, 어제와 같지 않을 것이다. 포위되었다 나는, 포위되버렸다. 그러나 포수에겐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늑대 사냥이 시작된다, 늑대 사냥이다! 잿빛 짐승들을, 크건 새끼건 가리지 않는다. 몰이꾼들은 소리지르고, 개들은 입김을 토해낸다. 새빨간 눈밭 위로 깃발이 휘날린다.
© 김정환. 한역,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