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으며 주홍색 불빛을 보아 꿈속에서 나는 흐느끼지 조금만, 조금만 더... 내일이면 알게되겠지! 그러나 눈을 떴을 때야 알게 돼 즐거움이라고는 없어! 맨입에 담배를 펴대거나, 빈속에 마셔대는 거야 아, 더, 다시 한 번 더 다시 한 번, 두 번, 몇 번, 몇 번이나 더 다시 한 번 더... 빈속에 마셔대는 거야 녹색 술병과 하얀 휴지들이 쌓인 이곳 주막은 거지와 광대들의 천국이고, 나는 철창 속 새가 된 것만 같아! 교회에서는 썩은 내가 나고, 어둠이 깃들고, 신도들은 향을 피워 아니! 교회는 이렇지 않아, 모두 잘못되었어 나는 산을 향해 서둘러 무겁디 무거운 걸음으로 정상에는 오리나무가 서있고, 산허리에는 벚꽃이 만개해 절벽을 덩굴이라도 장식해줬다면, 내가 참 기뻐했을 텐데, 아, 내게 무엇이든 있었더라면... 모두 잘못되었어 아, 다시, 다시 한 번 더 다시 한 번, 두 번, 세 번, 몇 번, 몇 번이나 더 다시 한 번 더... 모든 것이 잘못되었어 나는 들판을 끼고, 강을 따라 빛은 어둡고, 신은 보이지 않지만 정갈한 들판 아래 수레국화가 머나먼 곳에 피었네 길을 따라, 숲은 울창하고 늙은 마녀가 나를 따르지만 그러나 여정의 끝에는 도끼를 든 집행자가 있지 어딘가에서 말들은 박자에 따라 춤추지, 원하지도 않는데 말이야. 길을 따르는 것은 이렇지 않아 인생의 끝은 하물며 교회도, 주막도 무엇도 성스럽지 않아! 그래, 얘들아, 모두 잘못되었어 모두 잘못되었어, 얘들아! 아, 더, 다시 한 번 더 다시 한 번, 두 번, 몇 번, 몇 번이나 더 다시 한 번 더... 모두 잘못되었어, 얘들아!
© 김정환. 한역, 2021